
해태를 타고
작품 설명
전통적인 신화 속 상상의 동물과 천진난만한 아이가 만나 빚어내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한 조각 작품입니다. 엄격한 수호신을 동네의 친근한 친구로 탈바꿈시킨 작가의 재치와 동심이 돋보이는 이 작품의 감상평을 몇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1. 근엄함을 벗어던진 수호신, 유쾌한 '해학'의 미(美) 원래 '해태(해치)'는 불을 막아주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전설 속 동물로, 궁궐이나 관아 앞에 무서운 표정으로 앉아 잡귀를 쫓는 엄격하고 위엄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 속 해태는 그 근엄함을 완전히 내려놓았습니다. 뭉툭하고 커다란 코, 장난스럽게 다 드러낸 삐뚤빼뚤한 이빨, 그리고 눈 꼬리가 휘어지도록 활짝 웃는 표정은 무섭기는커녕 덩치 큰 '동네 강아지'처럼 듬직하고 친근합니다. 권위와 두려움의 상징을 우스꽝스럽고 정감 가게 비틀어 표현한 한국 특유의 ‘해학’이 찬란하게 빛납니다. 2. 신화마저 장난감으로 만드는 무해한 '동심' 해태의 넓은 등에 찰싹 엎드려 어딘가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 아이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어른들에게는 두렵고 경외스러운 상상의 동물일지라도, 편견이 없는 아이의 맑은 눈에는 그저 푹신하고 재미있는 놀이기구이자 친구일 뿐입니다. 해태의 목덜미를 야무지게 끌어안은 앙증맞은 손과 튼실한 다리에서 묻어나는 편안함은, 두려움을 허물고 세상 모든 것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동심'의 위대한 힘을 보여줍니다. 3. 곡선이 빚어내는 포근한 조형적 조화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둥글둥글한 형태와 부드러운 곡선 처리가 시각적인 편안함을 극대화합니다. 해태의 몸통을 장식한 전통적인 구름과 소용돌이 문양은 조각적인 화려함을 더하면서도, 일상적인 반팔과 반바지 차림을 한 아이의 사실적인 묘사와 전혀 이질감 없이 녹아듭니다. 단색조의 따뜻한 흙빛 질감은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정겨운 온기를 전해줍니다. 총평 이 작품은 딱딱하고 팍팍한 세상의 규범(해태)조차도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 앞에서는 부드럽게 녹아내린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해태와 아이가 한 몸처럼 어우러져 짓고 있는 ‘닮은꼴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굳어 있던 감상자의 마음마저 무장해제되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되는 매력적인 수작입니다.


